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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라이프/캐나다 생활정보

캐나다 코로나 검사 후기

by 캐디리니 2020.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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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아무리 코로나 코로나 떠들어대도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올 것이 왔습니다. 제 주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그 여파로 저도 검사를 받아야 할 일이 생긴 것이죠. 캐나다 전체로 보면 꽤 많은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왜 나의 주위, 특히나 한인들 사이에서는 확진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없는 것일까 궁금하던 찰나였습니다. 아무튼 검사를 꼭 받아서 저의 확진 여부를 받아야 할 상황이 생겼다는 것은 이제 우리 주위에도 가까이 근접했다는 뜻이겠지요. 

 

무슨 마음인지 행여라도 나의 확진으로 생길 여파보다도 당장 말로만 듣던 그 어마 무시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게 더 무서웠습니다.

 

 

아주 긴 명봉을 코 벽 끝까지 넣어서 몇 초를 문지른다니 생각만 해도 고통스러웠거든요. 하지만 피할 수는 없는 일이라 검사를 위해 예약을 했습니다. 현재 캐나다는 100퍼센트 예약제로 코로나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제가 사는 온타리오주 사이트에 접속하여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예약을 하고 갔습니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큰 병원이 있어서 예약을 하고 10분 전까지 도착하라는 지침대로 빨리 도착을 했습니다. 코비드 검사가 예약제로 바뀌기 전 이 병원을 지나다닐 때 보면 몇 겹으로 줄을 서서 검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검사 기다리다가 바이러스 옮겨 올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었는데, 예약제로 바뀌고는 확실히 기다리는 사람이 줄어서 위험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였습니다. 

 

30분 단위로 예약을 할 수 있고, 10분 전에 도착을 하면 먼저 시큐리티가 예약시간과 증상이 있는지 물어본 뒤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 줍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등록(register)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 있었어요. 온라인으로 예약할 때 이미 기본 정보를 다 넣는데 등록 시 같은 질문을 그대로 또 물어서 참 시간 낭비하는구나라는 생각은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캐나다죠! 

 

기본 정보와 왜 검사가 필요한지를 물어본 뒤 팔 띠를 채워주고 간호사가 부를 때까지 기다리라고 합니다. 10여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면 간호사가 호명을 하고 팔 띠를 보며 다시 한번 저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검사가 왜 필요한지도 묻더라고요. 제가 확진자와 언제 어떤 식으로 접촉했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접촉한 적은 언제인지 물은 뒤 검사를 위한 라인으로 가서 대기하라고 합니다. 검사라인에서 들여다본 검사장 안은 정말 뉴스에서 본 것과 같이 방호복을 철저히 입은 의료진들이 있었습니다. 천막으로 칸칸이 분리해놓은 검사장은 총 5곳이고, 지정해준 번호가 적혀있는 방으로 들어가 간호사를 기다리면 되는 순서였어요. 

 

검사 방 안은 아주 심플하게 의자 하나와 곽 티슈 하나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간호사를 기다리는데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옆방에서 들리는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굉장히 공포스럽게 하더라고요. 하지만 간호사들은 굉장히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고생했다고 격려를 해줘서 한시름 놓긴 했습니다. 가뜩이나 무서운데 간호사까지 무서우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으니까요. 

 

바보같이 벌벌 떨고 있는데 무장을 한 간호사가 저의 차트와 검사 키트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한눈에 보이는 젓가락 길이의 면봉 같은 검사 키트가 어마 무시해 보여서 당장 이 간호사를 제치고 도망가야 하나 고민이 들었지만 "넌 독 안에 든 쥐야"라는 표정을 한 간호사는 아주 온화한 말투로 어떻게 검사가 되는지 안내해주었습니다. 저 젓가락 같은 긴 면봉을 니 콧속으로 넣을 것이고, 몇 초간(several seconds) 부빈 뒤에 뺄 거라고 했습니다. 

 

'알겠으니까 빨리 해주시겠습니까?' 

 

라고 마음으로 몇 번 외치니 간호사가 제 목을 뒤로 젖혀줬습니다. 제친 목때 문에 자연스럽게 간호사와 눈이 마주치니 부담스러운 마음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무언가 콧 속으로 들어옵니다. 처음엔 콧 털을 스치며 간지럽히던 녀석이 끝도 없이 들어오더니 아주 그냥 제대로 끝까지 들어가겠다는 심산으로 코 벽에 부딪혔습니다. 

 

 

괜찮다...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괜찮다.... 

 

외치며 언제 이 면봉 새끼가 빠질까 기다리는 찰나에 드디어 간호사가 "You're done" 라며 해방시켜 줬습니다. "Thank you so much"라고 답을 하는 사이 제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리더라고요. 아파서라기보다 신경을 자극해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눈물 같았어요. 무시무시했던 검사는 그렇게 끝이 나고 집으로 돌아왔네요. 

 

하루 만에 나온 검사 결과는 다행히 Negative!! 

 

평소에 마스크도 철저히 꼈고, 아무런 증상도 없었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어요. 음성이라는 결과에 만족하면서도 앞으로 더 철저하게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은 최대한 피하고 집에서 격리를 하면서 말이죠. 

 

캐나다는 처음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올 3월에 Lock Down (봉쇄)를 해버렸습니다. 꼭 해야 하는 비즈니스와 하지 않아도 되는 비즈니스를 분리하여 오픈을 하지 못하게 제재를 하였지요. 식당은 take out만 가능하게 만들어버리고 식품점들도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여 줄을 서서 들어가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답니다. 갑작스러운 락다운에 비즈니스 업주들은 말도 못 할 거니와 엄청난 실업자들이 쏟아졌습니다. 생계에 문제가 생긴 국민들을 위해 캐나다 정부는 긴급지원금 CERB를 만들어 한 달에 2000불씩 총 4개월 (추후 2달 연장)을 지급했습니다. 

 

말 그대로 긴급지원금이라 해당이 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구분이 모호하고, 지원금을 받는 절차도 너무나 간단해서 캐나다 국민의 절반이 받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본인이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중에 걸리면 뱉어내지라는 심산으로 일단은 받아 챙긴 사람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마도 이 모든 후폭풍은 내년 택스 시즌이 되면 일어날 것이라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책 없이 쏟아내는 지원책이지만 한편 정말 국민들 굶어 죽이지는 않는 나라구나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엄청난 세율로 급여에서 떼어가는 세금이 상당하지만 그걸 이렇게 돌려줄 수 있는 나라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의료시스템으로 중환자가 다수 발생할 시에 일어날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어책이긴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국민을 등한시하지 않는 나라임에는 확실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백신 개발이 90% 이상 성공했다는 기사들도 쏟아지고, 치료제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라 팬데믹 종식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문화, 각 국의 지원책, 신종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국민성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기에 힘들긴 했어도 그 안에서 분명히 얻어낸 것도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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