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프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3주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차라리 일이라도 바빠서 빠져 살다 보면 금방 회복이 될 텐데 요즘따라 일도 한가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유튜브에 영상을 만들어서 업로드를 하다 보니 매일같이 밴프 다녀온 영상들이라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비싼 카메라로 찍은 평생에 잊지 못할 여행에 장관들이라 괴롭지만 빨리 만들어서 영상 업로드를 하고 당분간은 밴프를 찾아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처에 가서 살면 어떨까 싶어 일자리까지 찾아볼 만큼 밴프에 푹 빠져버린 일인)
1. 토론토에서 캘거리로..! 첫날부터 일찍 가서 관광하기
캐나다 입성 이후 얼마 만에 타보는 비행기인지. 사실 심각한 비행공포증이 있는 나는 어디 여행이든 비행기 타는 것이 겁이 나서 꺼려질 정도였는데 밴프로 정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인지 공포증을 수면유도제로 잠재우면서 겨우겨우 타고 갈 수 있었다. (비행공포증 후기는 추후에 따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에어캐나다를 이용해서 캘거리로 갔는데 비행시간은 4시간 10분 정도 소요되었다. 우리는 오전 8시 비행기로 아주 이른 아침 비행기를 선택했다. 이유는 토론토와 캘거리의 시차가 있어 토론토에서 8시 비행기를 타고 가면 캘거리에는 오전 10시 10분에 도착이라 첫 날을 여행에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여행 일정을 짜는 분들이라면 첫날엔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가길 추천한다. 렌터카를 가지고 밴프까지 가는데 1시간 30분이면 충분해서 그날 하루도 관광지를 정해서 볼 수 있다.
2. 캘거리 도착 후 한국 마트에서 장보고 밴프로 넘어가기
이전에 포스팅했던 내용으로 우리는 이번에 유명한 렌터카 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Turo라는 앱을 이용해서 차를 빌렸다. 성수기에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렌터카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옵션이 훨씬 많다. 그리고 공항 라이드 서비스도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서 이용할 수 있고, 또한 보험도 가입이 가능하다.
캘거리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은 후 렌트가 호스트를 만나서 차를 넘겨받고 곧바로 A마트라는 캘거리 한인마트로 향했다. 토론토에는 H마트, 갤러리아, PAT 등 다양한 한국 마트들이 있는데 캘거리에는 A마트가 가장 유명하고 최근에 H마트가 생겼다는 뉴스를 보았다. 하지만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A마트라 들러서 밴프로 가져갈 컵라면, 햇반, 김, 과자 등을 구입했다. 분명 관광지라 맛집이래 봐야 햄버거, 피자, 푸틴이 전부 일 텐데 생각만 해도 컵라면 당기는 음식들이라 꼭 사가야 했다.
밴프 시내 안에도 '서울옥', '한 끼'라는 한국 식당이 있긴 했는데 컵라면이나 햇반을 구입할 곳은 없어서 사가길 잘한 것 같다. 큰 컨비니언스 안에서 신라면 컵을 보았는데 A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많이 비쌌다.
3. 밴프 도착. 호텔 체크인 후 밴프 곤돌라 타러 가기.
캘거리에서 밴프 시내까지 오는데 실제로 한 시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토론토에서 나이아가라 가는 정도의 거리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길이 깨끗하고 주위에 건물이 없어서 구경하느라 더 짧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밴프를 들어서면서부터 보이는 로키산맥의 절경들이 입을 떡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정말 드라이브 만으로도 충분히 힐링 가능할 정도였다.
호텔은 예약할 때 체크인 시간을 조금 당길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다. 나는 주로 booking.com을 이용하는데 다른 사이트에도 이런 옵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보통 호텔에 예약할 때 따로 전화로 문의할 수도 있고, 일찍 도착해서 물어볼 수도 있다. 룸이 준비되어 있다면 1-2시간 정도는 일찍 체크인을 시켜준다. 우리는 예약 시 미리 ealry check-in 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2시쯤 도착해서 체크인 후 짐을 풀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침대를 보니 당장 눕고 싶었지만 미리 예약해 놓은 밴프 곤돌라를 타러 가기 위해 바로 호텔에서 출발했다. 이번 여행은 처음이기도 하고 일단은 관광과 휴양의 목적이 같이 있었기 때문에 동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밴프 시내에 있는 호텔 한 군데만 4박 5일로 예약했다.
가장 유명한, 꼭 들러야 하는 관광지들이 밴프 시내에서 2시간 이내로 모두 갈 수 있기도 하고, 자스퍼(Jasper) 까지는 멀어서 갈 수 없지만 자스퍼 초입에 있는 콜럼비아 아이스필드 어드벤처라는 빙하체험 관광은 2시간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아이가 있어서 최대한 동선을 짧게, 하루에 가볼 관광지도 너무 많거나 빡빡하지 않게 일정을 짜다 보니 아쉬운 점들도 있었는데 2-3년 후 아이가 더 크면 잘 걷고 따라다니지 싶어 그땐 하이킹도 많이 해볼 생각이다.
호텔에서 12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밴프 곤돌라.
생각보다 가는 길이 높은 지대라서 다른 나라에 온 것처럼 감회가 새로웠다. 토론토에는 늘 평지라서 산길을 올라가는 기분이 꼭 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어디에서라도 곰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숲 속 길이라 살짝 무서우면서 곰이 나오는 찰나를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 카메라 셔터에 손가락을 꼭 올려두고 여행을 했다.
밴프 곤돌라를 타기 직전 정말 깜짝 놀란 것은, 지금까지 봐왔던 곤돌라의 높이가 아니다. 정말 정말 정말 높은 꼭대기까지 곤돌라가 올라갔다. 탑승 시간이 편도로 10분 정도니 얼마나 높게 올라가는 것인가. 뒤는 아찔해서 쳐다보기 힘들었는데 무심코 보니 아찔해 질만큼 높았고 속도가 꽤 빨랐다. 고소공포증이 발동해서 힘들었지만 아이 앞에서 괜찮은 척하느라 꽤 힘들었다.
하지만 비행 공포증이고, 고소 공포증이고 모두 날려버린 로키산맥의 웅장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록 장관이었다. 구름이 가득 낀 날씨였지만 그래서인지 더욱더 멋있고 가슴이 벅차오르기 까지 했달까.
힘든 이민생활에 대한 보상을 이렇게 받는구나 싶었고, 입이 떡 벌어지게 보는 남편과 아이를 보고 있자니 순간 울컥한 마음이 들 정도로 태어나 처음 보는 멋있는 자연의 모습이었다. 겨우 도착한 첫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죽기 전에 꼭 와 보아야 하는 곳 랭킹 상위권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또 보고 열심히 보고 카메라에도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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