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을 고민할 때 실질적으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생활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내가 '과연 얼마나 벌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한국 생활과 비교했을 때 생활비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저도 처음 캐나다 이민을 알아보면서 영어가 쉽지 않은 외국인이 할 일이 어떤 것이 있을지도 궁금했지만 실 물가가 피부로 와 닿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캐나다 생활비'라는 키워드로 검색하여 처음으로 보게 되는 포스팅이라면 놀라 실 수도 있겠고, 이미 많이들 알아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캐나다 생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렌트비'라는 것입니다.
렌트비(주거비용)
캐나다 특히 이 곳 토론토의 렌트비는 정말 어마 무시합니다.
토론토라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집의 형태에 따라서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한국의 월세와 비교하면 엄청난 금액이 주거비용으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제가 살 고 있는 집의 형태는 '콘도'라고 한국의 아파트 형태와 비슷합니다. 물론 캐나다에도 '아파트(apartment)' 형의 주거용 건물이 있지만 한국과는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캐나다에서 말하는 아파트는 소유주가 회사이기 때문에 개인이 소유할 수가 없고, 회사에서 렌트를 주며 모든 유닛들을 관리하는 형태이고요. '콘도'가 한국의 아파트처럼 개인이 유닛을 소유하고 또 렌트가 가능한 개념이지요. 또 하나 차이가 있다면 캐나다 아파트는 대부분 유닛 안에 세탁기가 없습니다. (물론 있는 곳들도 있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미드 같은 곳에서 보면 지하에 공동 세탁실이 있는 것처럼, 세탁실이 따로 있어 그 건물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세탁기를 셰어 해야 합니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있는 만큼 콘도보다는 렌트비가 저렴한 편입니다.
저는 아직까지 아파트먼트에서 살아 본 적은 없습니다.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당연히 살아야 되는 것인데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들과 세탁기를 공유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 쉽게 마음이 가지 않더라고요. (엄마가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시겠지만.....ㅠ)
아무튼 저의 생활비 중 3분의 1 정도가 렌트비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코로나로 유학생들과 이민자가 많이 자국으로 돌아가서 빈 유닛들이 넘쳐나고 있기에 렌트비가 많이 다운되긴 했습니다만 1 bed, 1 bath 기준으로 한 달에 1600불 이상을 지불해야 합니다. 2 bed 2 bath는 적게는 2천 불, 많게는 2천4-5백 불을 렌트비로 지출하는 상황입니다.
차량 유지비
캐나다의 자동차 보험비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겨울이 긴 나라, 땅 덩어리가 너어무 넓은 나라인 캐나다에서 자동차는 필수에 가깝습니다.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을 조금만 벗어나더라도 자동차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몇 개월은 자동차 없이 버텨보려고 했지만 대중교통비 또한 만만치 않게 비싸서 자동차를 사서 유지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겠더라고요. (토론토 TTC 버스비가 3불 이상입니다. 한국돈으로 3천 원 정도 됩니다.)
자동차 보험 비용은 운전자의 운전경력, 사고이력, 사는 지역, 차 종 등으로 매겨집니다. 저는 현재 한 달에 200불 정도의 보험비를 매달 지불하고 있지만 저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는 한 달에 300불 정도의 보험비를 내고 있다고 하네요. 한 지인은 처음 차를 구매하고 보험료를 문의하였더니 한 달에 900불로 책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사는 곳이 우범지역인 데다 차량이 도난이 잘 나는 종으로 보험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계산되었다고요. 이렇게 사고가 잘 나는 지역, 중심가, 우범지역, 차종에 따라서 보험료도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험비가 비싸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높은 물가 생활비
식품비, 생활비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캐나다 이민을 준비하며 저도 생활비를 알아보던 중 캐나다는 고기가 싸다, 야채가 싸다 등 그로서리 비용이 한국 대비 저렴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친환경 이미지인 캐나다에서 좋은 질의 고기와 신선한 야채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겠구나 싶어 비싼 렌트비, 보험비를 내지만 식비에서 많이 절감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엄청난 종류의 식품점들이 있어서 선택의 폭은 넓은 편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마트들도 많고 고급 소재, 고급 브랜드만을 취급하는 마트들도 있지요. 캐나다 자체에서 생산되는 식료품들은 가격을 잘 따져가며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끊지 못하는 한국 식품들 때문에 생각보다 식비가 꽤 드는 편입니다. 여기서 사는 한국 식품들은 다 수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외식비는 정말 비쌉니다.
캐나다는 아직까지 음식값에 팁을 지불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총 음식값에서 최소 10퍼센트부터 많게는 25퍼센트 이상을 팁으로 지불하는데요. 기본적인 음식값도 비싸지만 13퍼센트 (온타리오주) 택스에 팁까지 더하면 8불짜리 자장면 2그릇을 사 먹어도 20불(2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지요. 비싼 렌트비에 인건비까지 음식 값이 저렴하게 책정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음식 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팁까지 더해져 외식을 한국처럼 마음 놓고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교육비
그 외 아이가 있는 분들은 사교육으로부터 해방되니 교육비가 덜 들지 않느냐고들 하시지만 그것도 교육을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빡빡한 한국의 교육환경으로부터 아이를 탈출시켜 자유로운 교육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데 목적을 두신 분들은 교육보다는 청정한 캐나다 자연을 만끽하면서 아이들에게 뛰어놀면서 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반면, 교육에도 의의가 있으신 분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예체능이나 과목별 튜터링을 하시더라고요. 문제는 사교육비는 되려 한국보다는 많이 비싸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 레슨비만 하더라도 한국은 학원비 한 달에 15-20만 원을 등록하면 거의 매일 한 시간씩 배울 수가 있지만 캐나다는 그런 학원의 시스템은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 방문 레슨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레슨비는 시간당 적게는 40불 많게는 60불로 한 달에 4번 레슨에 한국돈으로 15만 원에서 22만 원을 지불하는 것이지요. 피아노 레슨만을 들었지만 미술, 스포츠 등등 보통은 매일 가는 개념의 학원은 없고 레슨의 개념이라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합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나열한 캐나다 이민 생활비 내역들은 온전히 저의 경험을 토대로 적은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드는 고정비가 일단 렌트비 때문 에라도 많아서 한국보다는 생활비가 많이 비싸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아시다시피 의료비가 무료라는 점입니다. (OHIP/의료보험 카드가 있는 경우) 정식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오힙카드가 있다면 약 값을 제외한 진료비부터 치료비, 수술비, 입원비 등 모든 것이 무료라는 점입니다. 물론 무료 의료시스템은 확실히 양날의 검이라 국민이라면 모두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경쟁력이 떨어서 시스템 자체가 한국에 비하면 많이 낙후된 것도 사실이지요.
모든 것을 만족시킬만한 시스템은 있을 수 없듯이 각자가 만족하는 면을 추구하면서 살아가야겠지요. 몇 년을 이방인으로 살아본 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캐나다에서의 삶이 만족스럽습니다. 열심히 사는 만큼 보상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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